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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일기

한복, 예물 고르다(2005.07.18, 네이버 이사)

한복, 예물 고르다. 비공개 결혼 일기

2005/07/18 16:37

복사 http://blog.naver.com/freetbet/100015174855

어째 내 결혼식은 모든게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식으로 되는 것 같다.

 

결혼식장은 여자 친구 이모부께서 추천하는 곳이 있어서 그곳으로 정했다. 여친 이모부는 웨딩 촬영 스튜디오를 하신다. 그래서 아는 결혼식장도 많고,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결혼식장도 몇 군데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혼식장 알아보고 하는 것도 없이 불과 30분만에 끝났다. 남들처럼 결혼식장 못구해서 발을 동동 구른다던가 발품을 파는 일도 전혀 없었다. 자리에 앉아서 계약서 쓰고 이모부께서 예식장 직원 닥달하며 가격 깎는 것만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것으로 끝.

 

혼수 가전도 아직 결정은 안했지만 테크노마트에 왔다가 한 매장 아저씨한테 잡혀서 얼떨결에 예약금까지 걸고 왔다. 나중에 취소할 수 있다고 하긴 하던데... 안해주면 인터넷에 마구 퍼뜨려 줘야지.

 

역사적인 마지막 제헌절. 원래 일본에서 지네 헌법 제정일을 공휴일로 정해서 놀던걸 아무 생각없이(이 땅의 지배층이 친일파니까 이런것도 베끼나 보다) 놀던 걸 "공휴일이 너무 많아서" 없애기로 했단다. 하여간 역사적인 마지막 제헌절...이라기 보단 재수없이 일요일과 겹친 공휴일이었다.

 

마침 여자 친구 어머님께서 결혼식 때문에 서울에 올라오신다길래 토욜날 밤에 여친이랑 둘이서 "그럼 일욜날 한복 맞추러 가자"라고 멋대로 결정하고, 양쪽 집안 어머님께는 통보만 했다. 역시 여친 이모가 아시는 곳이 있다고 해서 그 가게로 가기로 했다.

 

결혼식장과 마찬가지로 알아보고 고민하는 것이 없었다. 가이드 따라 여행하는 사람들 마냥 한복집 주인 아줌마만 쫄쫄쫄 따라서 가서 원단 고르고 한복 맞췄다.

 

여기서 여친 이모의 막강 가격 쳐내기 내공이 발휘되는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장사하시는 분이라 그러신지 정말 무섭게 흥정하시더군. 1전이라도 깎을 수 있으면 깎으실 것 같았다. 가게에서 안남는다며 제시한 가격에서 거의 20만원 가까이 깎아버리시는 내공을 보이시는 고수이셨다. 나같으면 잘 아는 사람한테는 미안해서라도 그렇게 못 깎을 것 같은데 정말 "인정사정 볼것없다 한복 버전"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내공은 예물을 맞추는 과정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으니...

 

견물생심이라고 평소에 다이아몬드, 반지, 목걸이에 별로 관심 없다던 여친이 다이아몬드를 보자마자 눈에서 다이아몬드보다 더 강한 광채가 나기 시작했다. 입은 양쪽 귀에 걸어놓고. ㅋㅋ

 

평소에 정말로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는지라 잘 몰랐는데, 정말 비쌌다. 비비탄만한 진주 세트가 몇십만원에 다이아몬드는 200만원 가까이 하고. 허걱! 다들 이쁘다고 고른 다이아 세트가 세공비만 몇십만원짜리라니...

차라리 그 돈으로 좋~~은 스피커랑 앰프를 사고 싶었지만...

어쩌랴. 내가 나랑 결혼하는게 아닌데.

 

난 그냥 반지 하나만... 하려고 했는데 여친 어머님께서 꼭 금목걸이를 해야 한다고 하셔서 생각도 못했던 금목걸이까지 했다. 너무 무거워서 목디스크 걸릴 것 같은데.. 안해주셔도 되는데... 꼭 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끝까지 안받겠다고 버티는 것도 예의는 아닌듯 하고. 주시는 대로 받았다.

 

이날 내내 뭐랄까... 두 어머니 사이에 흐르는 묘한 경쟁심이랄까, 긴장감이랄까 그런 느낌 때문에 맘이 편하지많은 않았다. 앞으로 외줄타기를 아~~~~주 잘해야 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주위를 가득 메우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