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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펌질

하일대주 - 다산 정약용

하일대주(夏日對酒)-여름날 술을 앞에 두고

다산 정약용(丁若鏞)

后王有土田(후왕유토전) : 임금이 땅 가지고 있는 것이

譬如富家翁(비여부가옹) : 말하자면 부잣집 영감 같은 것

翁有田百頃(옹유전백경) : 영감 밭이 일백 두락이고

十男各異宮(십남각이궁) : 아들 열이 제각기 따로 산다면

應須家十頃(응수가십경) : 당연히 한 집에 열 두락씩 주어

飢飽使之同(기포사지동) : 먹고 사는 형편을 같게 해야지

男呑八九(힐남탄팔구) : 약은 자식이 팔구십 두락 삼켜버리면

癡男庫常空(치남고상공) : 못난 자식은 곳간 늘 비기 마련이고

黠男粲錦服(힐남찬금복) : 약은 자식 비단옷 찬란할 때

癡男苦尫癃(치남고왕륭) : 못난 자식은 병약에 시달리겠지

翁眼(옹안구일혜) : 영감이 눈으로 그 광경 보면

酸其衷(측달산기충) : 불쌍하고 속이 쓰리겠지만

任之不整理(임지불정리) : 맡겨버리고 직접 정리를 않았기에

宛轉流西東(완전유서동) : 서쪽 동쪽 제멋대로 돼버린 게지

骨肉均所受(골육균소수) : 똑같이 받은 뼈와 살인데

慈惠何不公(자혜하불공) : 사랑이 왜 불공정한가

大綱旣隳圮(대강기휴비) : 근본 강령이 무너져버렸기에

萬事不通(만사질불통) : 만사가 따라서 꽉 막힌 것이지

中夜拍案起(중야박안기) : 한밤중에 책상을 치고 일어나

歎息瞻高(탄식첨고궁) : 탄식하며 높은 하늘을 본다네

芸首黔者(운운수검자) : 많고 많은 머리 검은 자들

均爲邦之民(균위방지민) : 똑같이 나라 백성들인데

苟宜有徵斂(구의유징렴) : 무엇인가 거두어야 할 때면

矣是富人(가의시부인) : 부자들을 상대로 해야 옳지

胡爲剝割政(호위박할정) : 어찌하여 피나게 긁어가는 일을

偏於傭丐倫(편어용개윤) : 유독 힘 약한 무리에게만 하는가

軍保是何名(군보시하명) : 군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지

作法殊不仁(작법수불인) : 자못 좋지 않게 만들어진 법이야

終年力作苦(종년역작고) : 일 년 내내 힘들여 일을 해도

曾莫其身(증막비기신) : 제몸 하나 가릴 길이 없고

黃口出胚胎(황구출배태) : 뱃속에서 갓 태어난 어린 것도

白骨成灰塵(백골성회진) : 백골이 진토가 된 사람도

猶然身有徭(유연신유요) : 그들 몸에 요역이 다 부과되어

處處號秋(처처호추민) : 곳곳에서 하늘에 울부짖고

冤酷至絶陽(원혹지절양) : 양근까지 잘라버릴 정도니

此事良悲辛(차사양비신) : 그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戶布久有議(호포구유의) : 호포 문제도 오랜 논의 끝에

立意差停勻(입의차정균) : 제법 균등을 기하는 안을 세워

往歲平壤司(왕세평양사) : 작년에 평양 감영에서

薄試數旬(박시재수순) : 겨우 몇십 일 시험하다 말았다네

萬人登山哭(만인등산곡) : 만인이 산에 올라 통곡하거니

何得布絲綸(하득포사륜) : 무슨 재주로 왕의 말씀 선포하리

格遠必自(격원필자이) : 먼 곳 가려면 가까운 데서 시작하고

制疏必自親(제소필자친) : 소원한 자 다스리려면 가까운 자부터 해야지

如何羈具(여하기칩구) : 어찌하여 고삐와 굴레를 가지고

先就野馬馴(선취야마순) : 야생마부터 먼저 길들이려 드는가

探湯乃由(탐탕내유비) : 놀라 손 떼는 것은 물이 끓기 때문

計謀那得伸(계모나득신) : 소기의 목적을 어떻게 달성하랴

西民久掩抑(서민구엄억) : 서쪽 백성들 오랜 세월 억눌리어

十世閡簪紳(십세애잠신) : 열 대를 두고 벼슬 한 장 없으니

外貌雖愿恭(외모수원공) : 겉으로야 공손한 체할망정

腹中常輪囷(복중상윤균) : 뱃속은 언제나 불평불만이지

漆齒昔食國(칠치석식국) : 왜놈들 먼저 나라 삼켰을 때

義兵起踆(의병기준준) : 의병이 일어나 활약했지만

西民獨袖手(서민독수수) : 서쪽 백성들은 수수방관했는데

得反諒有因(득반량유인) : 그렇게 갚은 것 원인이 있어서지

拊念腸內沸(부념장내비) : 생각하면 할수록 속이 끓어올라

痛飮求反眞(통음구반진) : 술이나 진탕 마시고 천진 되찾으려네




耕者必蓄食(경자필축식) : 농가엔 반드시 식량을 비축하여

三年蓄一年(삼년축일년) : 삼년이면 일년치를 비축하고

九年蓄三年(구년축삼년) : 구년이면 삼년치를 비축하여

檢發以相天(검발이상천) : 검발하여 백성 먹여 살리는 건데

社倉一濫(사창일람상) : 한번 사창이 시작된 후로

萬命哀顚連(만명애전연) : 불쌍히도 수많은 목숨 떠돌이 됐지

債貸須兩願(채대수량원) : 빌려주고 빌리는 건 두 쪽이 다 맞아야지

强之斯不便(강지사불편) : 억지로 시행하면 그건 불편한 거야

率土皆頭(솔토개도두) : 천하 백성이 다 머리 흔들지

一夫無流(일부무유정) : 군침 흘리는 자는 한 명도 없어

春蠱受一斗(춘고수일두) : 봄철에 좀먹은 것 한 말 받고

二斗全(추착이두전) : 가을에 정미 두 말을 갚는데

況以錢代(황이전대고) : 더구나 좀먹은 쌀값 돈으로 내라니

豈非賣糳錢(기비매착전) : 정미 팔아 돈으로 낼 수밖에

餘肥奸猾(영여비간활) : 남는 이윤은 교활한 관리 살찌워

一宦千頃田(일환천경전) : 환관 하나가 밭이 천 두락이고

楚毒歸圭(초독귀규필) : 백성들 차지는 고생뿐이어서

割剝紛鞭(할박분추편) : 긁어가고 벗겨가고 걸핏하면 매질이라

銼鍋旣盡出(좌과기진출) : 가마솥 작은 솥을 모두 다 내놨기에

孥粥亦牽(노죽독역견) : 자식이 팔려가고 송아지도 끌려간다네

休言備軍(휴언비군저) : 군량미 비축한다 말도 말게나

此語徒(차어도편전) : 그 말은 교묘하게 둘러맞추는 말일 뿐

封庫歲除(봉고핍세제) : 섣달 그믐 임박해서 창고문 닫아 걸고

傾囷在春前(경균재춘전) : 새봄이 되기 전에 곳간이 바닥나니

稸僅數月(치축근수월) : 쌓아둔 기간은 겨우 몇 달뿐이요

通歲常然(통세상효연) : 그 나머진 일 년 내내 비어있는 꼴이지

軍興本無時(군흥본무시) : 언제 어찌 될지 몰라 대비라면

何必巧無(하필교무건) : 그때만 꼭 탈 없으란 법 있다던가

休言給農饟(휴언급농양) : 농가 식량 대준다는 그 말도 하지 말게

慈念太勤宣(자념태근선) : 지나치게 사랑을 베푸는 소리로세

兒女旣析産(아녀기석산) : 자녀들이 제각기 살림을 났으면

父母許自專(부모허자전) : 부모로선 넌지시 저희들 하는 대로

嗇各任性(미색각임성) : 헤프거나 아끼거나 저들 성격에 맡겨야지

何得察粥(하득찰죽전) : 죽 쑤어라 뭘 해라 간섭할 게 뭐라던가

願從夫婦議(원종부부의) : 부부끼리 상의해서 하는 것을 좋아하지

不願父母憐(불원부모련) : 부모의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네

常平法本美(상평법본미) : 상평의 그 법이 원래 좋았는데

無故遭棄捐(무고조기연) : 아무런 까닭 없이 버림을 당했으니

已矣且飮酒(이의차음주) : 다 두고 술이나 마시자꾸나

百壺將如泉(백호장여천) : 백 병 술이 샘물같이 되게




春塘歲試士(춘당세시사) : 해마다 춘당대에서 과거시험 보이는데

萬人爭一場(만인쟁일장) : 수많은 사람이 한 자리에서 겨루니

有百離婁(종유백이루) : 눈 밝은 이루가 백 명 있어도

鑑視諒未詳(감시량미상) : 낱낱이 감시할 수는 없는 일이지

任施紅勒帛(임시홍륵백) : 붉은색으로 멋대로 그어버리고

取準朱衣郞(취준주의랑) : 당락은 오로지 시관 손에 달렸다네

奔彴落九天(분박락구천) : 유성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萬目同瞻昻(만목동첨앙) : 눈 달린 자 다 쳐다보기 마련이지

敗法啓心(패법계행심) : 법을 깨고 요행심만 길러

擧世皆若狂(거세개약광) : 온 세상이 모두 미친 듯하다네

于今識者論(우금식자론) : 지금 와서 식자들 말로는

卞季良(추구변계량) : 옛날 변계량을 탓한다네

詩格本卑陋(시격본비루) : 원래 격조가 낮은 시로

流害浩茫洋(유해호망양) : 너무 엄청난 해독을 끼쳐

村村坐夫子(촌촌좌부자) : 마을마다 앉아 있는 선생들이

敎授非漢唐(교수비한당) : 한과 당의 것은 가르치지 않고

何來百聯句(하래백련구) : 어디서 온 것인지 백련구만

吟誦方滿堂(음송방만당) : 읊고 외우느라 방 안이 가득하고

項羽與公(항우여패공) : 항우 그리고 패공에 관한 것만

支離連篇章(지리연편장) : 지루하게 쓰고 또 쓰고 한다네

姜柏放豪(강백방호취) : 강백은 입부리가 호탕했고

盧兢抽巧腸(노긍추교장) : 노긍은 기교한 표현 잘했는데

終身學如聖(종신학여성) : 한평생을 그 짓만 배웠지

不窺蘇黃(서불규소황) : 소동파 황정견은 엿보려 들지 않아

縱爲閭里雄(종위려리웅) : 시골에선 비록 내노라하였지만

又昧時世粧(우매시세장) : 한 시대를 장식할 줄 몰랐다네

世世不成名(세세불성명) : 대를 이어 이름 하나 못 이루고도

猶未歸農桑(유미귀농상) : 돌아가 농사짓지도 않았는데

選擧且未論(선거차미론) : 뽑히고 말고는 고사하고

文字尙天荒(문자상천황) : 문자래야 아직 미개 상태였지

那將萬竹(나장만개죽) : 어찌하면 대나무 만 그루로

千丈長(속추천장장) : 천 길 되는 빗자루를 만들어

盡掃秕穅塵(진소비강진) : 쭉정이 먼지 따위 싹싹 쓸어서

臨風一飛(임풍일비양) : 한꺼번에 바람에 날려버릴까

山嶽鍾英華(산악종영화) : 산악이 영재를 만들어낼 때

本不氏族(본불간씨족) : 씨족을 가려서 만들 리 없고

未必一道氣(미필일도기) : 한 가닥 도기가 반드시

崔盧腹(상저최노복) : 최노의 뱃속에만 있으리란 법 없지

寶鼎貴顚趾(보정귀전지) : 솥은 솥발이 뒤집혀야 좋고

芳蘭生幽谷(방난생유곡) : 난초도 깊은 골짝에서 나는 법

魏公起叱嗟(위공기질차) : 위공은 비첩의 소생이었고

希文河葛育(희문하갈육) : 희문도 개가녀 아들이었으며

仲深出海(중심출경해) : 중심은 먼 변방에서 났지만

才猷拔流俗(재유발유속) : 지모가 모두 세상에 뛰어났거늘

如何賢路隘(여하현로애) : 어찌하여 등용 길이 그리도 좁아

萬夫受局促(만부수국촉) : 수많은 사람들 뜻을 펴지 못할까

唯收第一骨(유수제일골) : 오직 제일골만 수용을 하고

餘骨同隸僕(여골동예복) : 나머지 품골은 종처럼 대하기에

西北常眉(서북상최미) : 서북 사람들 늘 얼굴 찡그리고

多痛哭(서얼다통곡) : 서얼들은 많이 통곡들 하지

落落數十家(낙락수십가) : 당당한 수십 가문이

世世呑國祿(세세탄국록) : 대대로 국록을 먹어왔는데

就中析邦朋(취중석방붕) : 그 중에서 패가 서로 갈리어

殺伐互翻覆(살벌호번복) : 엎치락뒤치락 서로 죽이며

弱肉强之食(약육강지식) : 약자의 살을 강자가 먹고는

豪門餘五六(호문여오육) : 대여섯집 남아 거드름 떠는데

以玆爲卿相(이자위경상) : 경상도 그들이 다 하고

以玆爲岳牧(이자위악목) : 악목도 그들이 다 하며

以玆司喉舌(이자사후설) : 후설 맡은 자도 그자들이고

以玆寄耳目(이자기이목) : 이목 노릇도 그들이 다 하며

以玆爲庶官(이자위서관) : 모든 관직도 그들이 다 해먹고

以玆監庶獄(이자감서옥) : 그들이 나서서 옥사도 살핀다네

遐氓産一兒(하맹산일아) : 하시골 백성 아들 하나 낳아

鵠(준매정란곡) : 빼어난 기품이 난곡 같고

兒生八九歲(아생팔구세) : 팔구세 되도록 자라서는

氣志如秋竹(기지여추죽) : 지기가 가을철 대나무 같아

問家翁(장궤문가옹) : 아비 앞에 꿇어앉아 묻기를

兒今九經讀(아금구경독) : 이 자식 지금 구경을 다 읽고

經術冠千人(경술관천인) : 경술이 누구보다 으뜸이오니

入弘文錄(당입홍문록) : 홍문관에 들어갈 수 있겠지요

翁云汝族卑(옹운여족비) : 아비 말이 너는 지체가 낮아

不令資啓沃(불령자계옥) : 임금을 곁에서 돕게 않는단다

兒今五石(아금만오석) : 이 자식 지금 큰 활을 당기고

習戎如縠(습융여극곡) : 무예가 극곡과 같으니

庶爲五營帥(서위오영수) : 그러면 오영의 장수나 되어

馬前樹旗(마전수기독) : 말 앞에다 대장기를 세워보렵니다

翁云汝族卑(옹운여족비) : 아비 말이 너는 지체가 낮아

不許乘笠(불허승립곡) : 장군 수레도 타게 않는단다

兒今學吏事(아금학리사) : 이 자식 지금 관리 사무를 배워

上可黃續(상가공황속) : 공황의 뒤를 이을 만하오니

應須佩郡符(응수패군부) : 그냥 고을살이 인끈이나 차고

終身厭粱肉(종신염량육) : 죽도록 고량진미 즐기오리다

翁云汝族卑(옹운여족비) : 아비 말이 너는 지체가 낮아

不管循與酷(불관순여혹) : 순리도 혹리도 네겐 상관 안 돼

兒乃勃發怒(아내발발로) : 자식놈 그제야 노발대발하면서

投書毁弓(투서훼궁독) : 책이고 활이고 던져버리고

摴蒲與江牌(저포여강패) : 쌍륙놀이와 골패놀이

馬弔將蹴(마조장축국) : 마작놀이 공차기놀이로

荒嬉不成材(황희불성재) : 허랑방탕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老悖沈鄕曲(노패침향곡) : 시골구석에 늙어 파묻혀버리지

豪門産一兒(호문산일아) : 부호 집안은 자식 하나 낳아

驥騄(걸오여기록) : 헌걸차기 천리마 같고

兒生八九歲(아생팔구세) : 그 아이 팔구세가 되어

粲粲被服(찬찬피교복) : 예쁘장한 옷을 입고 다니면

客云汝勿憂(객운여물우) : 객들 말이 너는 걱정 없다

汝家天所福(여가천소복) : 너희 집은 하늘이 복 내린 집이고

汝爵天所定(여작천소정) : 네 벼슬도 하늘이 정해놓아

淸要唯所欲(청요유소욕) : 청관 요직 원대로 되리니

不須枉勞苦(불수왕노고) : 무단히 헛고생 해가면서

績文如課督(적문여과독) : 글공부 일과삼아 할 것 없고

時來自好官(시래자호관) : 때 되면 좋은 벼슬은 저절로 오리니

札翰斯爲足(찰한사위족) : 편지 장이나 쓸 줄 알면 족하다

兒乃躍然喜(아내약연희) : 그 아이 깡총깡총 좋아라고

不復窺書(불복규서록) : 책상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馬弔將江牌(마조장강패) : 마작이며 골패라든지

象棋與雙陸(상기여쌍륙) : 장기 바둑 쌍륙에 빠져

荒嬉不成材(황희불성재) : 희롱해롱 인재 못 되고 말지

節次金玉(절차제금옥) : 절차 따라 금마 옥당 오른다 해도

繩墨未曾施(승묵미증시) : 먹줄 한 번 못 맞아본 나무가

寧爲大厦木(영위대하목) : 어떻게 큰 집 재목 될 것인가

兩兒俱自暴(양아구자폭) : 두 집 자식 다 자포자기로

擧世無賢淑(거세무현숙) : 세상천지에 어진 자라곤 없어

深念焦肺肝(심념초폐간) : 곰곰 생각하면 속만 타기에

且飮杯中(차음배중록) : 또 술잔이나 들어 마신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