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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은 남자/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목수정

프랑스 데모와 한국 데모

  • ... 문화사회를 만들기 위해 창작과 창조 정신을 사회 최전방에서 실천할 이들의 불안정한 삶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게 내 생각이다...
    ... 그들이 특별히 소중해서가 아니라 그들도 역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하는 시민의한 사람이며, 한 사회에서 문화와 예술은 그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가치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술노동자들의 사회적 권리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 가장 큰 장애는 다름 아닌 예술인들 자신이다. 연대? 예술가가 무슨 노동자냐? 정부에 대한 요구? 저 좋아서 하는 일인데 국가가 왜 우리의 생존권을 보장하냐? 이런 소리가 여전히 그들의 입에서 새어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예술인정책이 몇몇 예술단체 장들에게 자리 하나씩 챙겨주고 입막음 하는 방식에 머물러온 근본 원인이 거기에 있다.

  • ... 프랑스의 시위 현장에서 들을 수 없는 말은 '민중'이란 단어다. 사실 민중이란 표현을 자주 쓰는 활동가를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대학 1학년 때의 일이다. 학내 집회를 마치고 잔디밭에 앉아 자유로운 토론을 가장한 학습이 진행될 때, 우리이게 김밥을 팔러 오는 아주머니들을 거칠게 손사래치며 내쫓으면서 민중들의 삶을 입에 올리는 선배들을 보면서, 나는 '민중'이 평범한 시민들을 대상화하는 직업 운동가들의 용어임을 눈치 챘다...

  • ... (프랑스에서도) 40-50년 전에는 볼셰비키 냄새를 팍팍 풍기는 민중이란 단어가 곳곳에 등장했다. 그러나 지금 이 단어는 구닥다리 구운동권의 용어가 되어버렸고, 가장 급진적인 정치집단도'시민'이나'우리'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말하는 자와 듣는 자를 가르지 않는 '우리'는 운동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 예를 들어, 혁명적 공산주의 연맹(LCR)의 유명한 구호 '우리들의 삶은 당신들의 이익보다 소중하다'는 최근에 치러진 프랑스 대선에서 사회당 후보 세골렌 후아얄이 그대로 차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