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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은 남자/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목수정

국경너머, 자유, 그리고 월경의 연대기

... 2000년, 프랑스 남부로 처음 여행을 떠나 바욘이라는 스페인 접경도시의 친구 할머니 댁에 머물렀다. 어느 날 아침, 할머니가 기차를 타고 스페인을 가신다기에 따라나섰다. 마치 마을버스를 타듯이 기차를 타고 20분 정도 가니 스페인이었다. 스페인 출신인 그 할머니는 일주일마다 한 번씩 국경너머에 있는 미용실에 마실가듯 들럿 머리를 손질했다. 국경을 넘어 갈 때, 여권이고 나발이고 보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순간, 자유의 바람이 사방에서 밀려왔다. 만화의 한 장면처럼 그 바람이 내 얼굴을 간질여 점점 환하게 만들고, 내 몸은 하늘을 둥둥 떠다니듯 상쾌했다.
 성장과 속도는 다양성과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를 거부하며, 가부장제는 모든 딸들의 미래에 일찌감치 한 뭉텅이의 소금을 뿌린다. 자본의 집중과 소비를 향해서만 거대한 관용의 10차선 도로를 내주는 이 사회에서, 한 뼘의 자유를 차지가려고 투사가 되는 것보다 '고객님'으로서의 존재로 충실히 지내는 것은 쉽고 편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